파리의 거리 이름

프랑스 파리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의 이름이 붙은 거리에 살았던 사람은 빅토르 위고 단 한 사람뿐이었다. 자신의 이름이기도 한 거리 이름이 적혀 있는 편지를 받는 기쁨은 어떠했을까? 파리에는 지금 약 5,500개의 크고 작은 길과 광장이 있고 이 모든 곳에는 모두 다른 이름들이 붙어 있다. 이 이름들은 민법 525조 등의 법률에 의해 훼손과 가필 등이 금지되어 있고 그 명명 조건도 명시되어 있다.

최초로 파리에 거리 이름이 부여된 기원은 서기 820년으로 지금 생 제르맹 가로 불리는 거리인데, 당 시 자료를 보면 루가 산티 게르마니라는 거리 호칭이 나온다. 이후 보다 본격적으로 파리의 거리에 이 름이 붙게 되는 것은 13세기 말인 1292년으로, 약 300개의 거리 이름을 볼 수 있다. 이들 이름은 대개 징세 청부인들이 징세와 기록의 효율성을 위해 사용했던 이름들이다. 당시는 물론 어떤 특별한 원칙이 나 거리명에 대한 법률 같은 것은 없었다. 그래서 부자들의 이름이나 큰 건물 이름 혹은 한 동네에 모 여 살게 마련인 사람들의 동일한 직업들을 그대로 거리 이름으로 사용하곤 했다. 푸아쏘니에 가는 생 선 장수들의 거리였고, 페로니에르 가는 편자나 마구를 제작하는 장인들의 거리였다. 큰 건물이란 대 부분 성당이나 법원 혹은 궁들이었는데, 이들 이름은 굳이 예를 들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오랫동안 관례 를 따라 입으로만 거리 이름을 부르던 시대가 끝나고, 파리에 지금과 같은 체계로 보다 정교하게 거리 이름이 부여되기 시작한 것은 루이 15세 때인 1728년부터다. 당시 파리는 50만에 가까운 인구에 가구 수만 2만 2천을 헤아리고 있었고 주요 도로만 약 900개에 이르렀다. 어떤 식으로든 거리를 구별할 필 요가 있었음은 당연한 일이다. 이 제도를 처음으로 제안한 사람이 바로 르네 에로였는데, 당시 경찰서 장이었다. 르네 에로는 지금처럼 길이 시작되는 건물과 끝나는 건물에 당시 사람들이 흔히 부르던 거 리 이름을 적어 부착하도록 했고 길에 따라 알파벳 C자를 덧붙이도록 했다. C자는 마차를 뜻하는 말인데, C가 하나면 일두 마차가, 두 개면 이두 마차가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뜻했다.

이렇게 해서 지금의 도로 명명 시스템이 갖추어지게 된 것인데, 5,500개에 달하는 거리와 광장 이름 에 처음으로 이 제도를 도입한 르네 에로의 이름을 딴 거리가 없는 것은 아이러니다. 대개 거리 이름에는 장군, 예술가, 문인, 정치가 등의 이름들이 많이 쓰인다. 하지만 파리 시민들은 지 금의 시스템에는 동의하지만 거리 이름을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차츰 거세지고 있다. 옛날부터 써오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결과 아무런 업적도 사회적 지명도도 없는 사람들의 이름이 너무 많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드몽 공디네 가, 다니엘 르쉬에르 가 등에 사용된 이름의 주인공들은 그 거리에 살던 사람들일 뿐이다.

최근 들어 재미있는 현상은 거리 이름을 적은 명패에 극히 개인적인 낙서를 하거나 아예 이상한 글들 을 적어 명패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예를 들면, “수잔과 피에르, 1999년 7월 14일, 이곳에 서 첫 키스를 나누다.”등이다. 민법 525조에 의하면, 집 주인이 소를 제기하지 않는 한 낙서를 한 사 람이나 명패를 갈아 붙인 사람을 처벌할 수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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